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오규원 (1941∼2007)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많은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삶은 움직임이다. 무생물도 움직임이 있으면 생명의 느낌을 주지 않는가. 우리를 동요시켜, 때로는 삶을 불안하게 요동치게 하는 슬픔이나 고독이나 고통의 바람이 몰아칠 때, 생각하면 그것은 왕성한 생기를 만끽하게 하는 기회다. 대개의 사람이 바라 마지않는 안녕하고 무사한 삶은, 때로 지독한 권태감을 준다. 정지된 삶은 생기가 희박하다. 권태는 그런 생활의 하품이다. 오라, 생의 흔들바람이여! 흔쾌히 흔들리리라. 흔들리면서 살아 있음을 즐기리라. 낭창거리고 넘늘거리고, 재미있게 휘청거리리라. 휘둘리기만 하지 않으리라! <황인숙·시인>






by eLLy | 2008/10/09 10:01 | 시.詩.Poem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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